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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벽꿈에 내 활의 허리를 꺾었는데, 이는 무슨 징조일까?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반드시 상서롭지 못하다 하겠지만, 내 생각에는 길몽이지 흉몽은 아닐 듯싶다. 왜냐하면 이틀 밤 연달아 가족을 만나고 활을 꺾는 꿈을 꾼 것은 분명 흉악한 왜적이 모두 멸망해서 전쟁 걱정이 사라져 활을 버린다는 의미일 것이다.『쇄미록尾錄』1책, 임진남행일록壬辰南行日錄, 8월 14일 일기 중에서유학을 공부하여 수기修己를 실현하고자 하였던 조선중기 지식인 오희문吳希文은 친척을 방문하고 노비 신공을 위해 남행길에 오른다. 이미 과거에 급제하였음에도 관직에 나
역사속의 고전산책
경북TV
2022.01.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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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전의 잘못을 반성하여, 후환을 조심할 수 있을까? '시경詩經' '주송周頌', 소비장小毖章유학을 통치이념으로 하였던 조선은 16세기 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역사적 경험에 혼란스러웠다. 전대미문이란 글 그래로 지난 시대에 들어본 적도 없다는 뜻이다. 지난 시대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시는 없을 일임을 의미한다. 고려말 시대혼란을 청산하고, 새로운 유학이었던 성리학을 바탕으로 국왕과 사대부가 조화되는 왕도王道의 국가를 추구하였던 조선이었다. 왕도에 입각한 사대부 중심의 국가경영은 자연스럽게 문관文官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자연스럽게 무관
역사속의 고전산책
김경록
2021.07.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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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을 본받는 사람들은 그 옛 것에 구니拘泥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 병통이고, 새 것을 창안해 내는 사람들은 불경不經한 것이 그 병통이다. 참으로 옛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 것을 창안해 내면서도 근거가 있다면 이 시대의 글이 옛 시대의 글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정집서(楚亭集序)'18세기 조선의 지식인이었던 박지원은 당시 최고의 선진국이었던 청나라를 방문하여 많은 것을 견문하고 이국체험을 유명한 「열하일기熱河日記」로 남겼다. 박지원이 청나라의 발달한 문물을 개방적 진취성을 가지고 수용한 것은 그가 강조한 호문好文
역사속의 고전산책
김경록
2020.11.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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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에는 고려말 충신이자 대표적인 성리학자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를 배향配享한 임고서원臨皐書院이 있다. 한국인에게 정몽주하면 바로 떠올리는 인물이 있다. 정몽주와 동문수학하고 학문적으로 경쟁하였으며, 정치적으로 대립하였던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이다. 쓰러져 가는 고려를 구하려다 선죽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충절의 인물 정몽주에 대비되는 인물로 정도전은 자리매김한다. 역사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으로 꾸미는 시간의 공간이다. 한국사의 무대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간 가운데, 정도전만큼 생생하게 그려
역사속의 고전산책
김경록
2020.09.2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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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마저 ‘고문(古文)’이다. 이름처럼 ‘옛날 글’이다. ‘참된 보배’라는 의미의 ‘진보(眞寶)’이다. ‘옛날 글 가운데 참된 보물만 모아둔 책’이라 책명을 풀이해도 될 것이다. 동양은 역사적으로 옛 사람의 말과 글, 행동을 본보기 내지 참된 것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었다. 이런 전통에 의하면 적지 않은 옛 글과 책은 보물과 같았다. 그럼에도 그 옛 글 가운데 선별하고 골라 별도로 책으로 묶어 후대 사람들이 늘 읽고 되새겨야 할 보물이 고문진보이다.책명을 이 정도로 의미 분석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근대화 이전까지 우리
역사속의 고전산책
김경록
2020.08.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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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 사회에서 살아왔던 인간은 문(文), 사(史), 철(哲)을 통해 발전해 왔다. 문은 문학이라 할 것이며 사는 역사이고 철은 철학이다. 인간적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여 문학을 이루고, 행동과 일을 기록하여 역사를 만들었으며, 인간이 삶을 영위하며 의미를 사유하는 바는 철학으로 쌓여왔다. 이전에 이 땅의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으며 어떤 행동과 일이 있었는가를, 옛 글을 통해 살펴보는 ‘역사속의 고전산책’을 연재하고자 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고전 소개를 넘어 오늘을 되짚어보는 고전 읽기를
역사속의 고전산책
김경록
2020.08.09 17:18